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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묘지… 분묘기지권 계속 인정 선고
남의 땅에 묘지… 분묘기지권 계속 인정 선고
  • 양창용 기자
  • 승인 2017.02.22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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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주민들간의 민원으로 분쟁은 시작된다.

2001년 1월 13일 장사등에관한법률 시행 이전 분묘에 대해 인정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계속 인정되며, 이들 분묘가 남의 땅에 허락없이 설치됐더다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됐다면 취득시효가 인정되어 제사 등을 위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강원도 원주의 한 임야 소유자 A씨가 자신의 땅에 묘를 설치한 B씨 등을 상대로 낸 분묘철거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B씨 등이 자신의 땅에 허락없이 분묘 6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2011년 철거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6기의 분묘 가운데 5기는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되었고, 나머지 1기만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취득시효가 완성된 분묘 5기 가운데 1기는 1733년 안치된 것이고, 나머지 4기는 1987년에서 1990년 사이 다른 곳에서 이장했거나 새로 설치한 분묘였다.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비록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여도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면적의 땅에 대해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관습법상 권리를 말한다.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땅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분묘기지권은 ▷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분묘를 설치하거나 ▷ 자신의 땅에 분묘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분묘이전을 하지 않은 경우 ▷ 남의 땅에 분묘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에 인정된다.

이번 건에서는 세번째 유형인 취득시효 분묘기지권이 문제가 됐다. 화장 비율이 이미 80%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로 장묘 문화가 변화하고 있고 제사 등에 대한 국민 의식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습법상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계속 인정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됐다.

특히 지난 2001년 '장사법'이 시행되면서 대법원의 입장도 수정돼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장사법은 분묘의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 분묘연고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분묘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고, 이러한 법적 규범은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사설묘지의 설치가 허용되고 있으며, 기록상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했다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사법은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고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에 분묘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 대항할 수 없다'는 내용의 규정들을 장사법 시행 후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만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장사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의 존립 근거가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용덕·박보영·김소영·권순일·김재형 대법관은 "분묘기지권은 장사법이 시행될 무렵에는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이러한 관습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됨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당시 아직 20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분묘의 경우에는 이와 같이 법적 규범의 효력을 상실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종전의 관습을 가지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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