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5:51 (일)
사찰표적 박정삼씨
사찰표적 박정삼씨
  • 김현근
  • 승인 2012.04.03 0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찰표적 박정삼씨 “나를 노무현 비자금 창구로 끝없이 의심”
 
[한겨레신문] 2012년 04월 02일(월) 오후 08:43 |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참여정부 국정원 2차장 지내
 
GKL사장때 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받아
 
벌금형 기소 뒤에도 총리실서 계속 뒷조사
“이놈들이 또다시 나를 뒷조사하고 있었다니 정말 화나요. 나에 대한 문건을 본 뒤 분노 때문에 간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박정삼(67) 전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은 2일 참았던 울분을 토로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팀원으로 일했던 김기현 경정의 휴대용 저장장치(USB)에는 박 전 사장이 광고업체를 선정하면서 돈을 챙겼을 것이라는 등의 의혹을 제기한 여러 문건이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사찰 내용만 17건에 이른다. 카지노 관리 정보 시스템 업체 선정 관련, 광고업체 선정 관련, 카지노 보안 시스템 업체 선정 관련, 슬롯머신 구입 관련, 비자금 관련 등 먼지털기식 표적사찰을 벌였다.
 
문건을 보면(GKL 조사 관련 경위서·2010.3.22), 그에 대한 뒷조사는 2009년 9월부터 시작됐다. 감사원까지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대한 감사를 다시 벌였지만, 결과는 박 전 사장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사람인 권오남 사장의 배임 혐의(8천여만원)만 드러났다. “내부의 한 직원이 엉뚱한 욕심 때문에 없는 사실을 만들어 떠들고 다닌 모양이더군요.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그랜드코리아레저가 노무현 정권의 비자금 창구가 아니었는가 하는 이 정부 사람들의 끝없는 의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박 전 사장의 설명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싱가포르처럼 카지노 산업을 공적으로 관리·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워 2005년 9월 관광공사 자회사로 출범했다. 서울 강남점과 밀레니엄힐튼호텔점, 부산 롯데호텔점 3곳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초대 사장이다. 1980년 한국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그는 국민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 초기 국정원 2차장을 지냈다.
 
하루에도 수십억원의 현금이 오가는 카지노 회사, 그것도 전직 대통령의 측근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가 정권교체 후 사찰의 표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대해 10여명의 감사관을 투입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박 전 사장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신호라고 보고 곧바로 사표를 냈다.
 
그러나 감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5월에는 서울지검 특수3부가 박 전 사장 자택과 카지노 영업장 3곳 등 7곳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3천만원 이상 그랜드코리아레저와 거래한 모든 업체뿐 아니라 박 전 사장의 친인척과 고교 동창 등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모조리 추적하는 등 그야말로 이 잡듯 뒤졌다. 카지노 고객이 베팅한 액수의 15% 정도를 숙박비 등에서 감해주는 ‘콤프’(complimentary)만 뒤져도 노무현 정권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떠돌았다. 당시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연간 매출액 3000억원의 15%에 해당하는 콤프만 해도 1년에 450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비자금은 한푼도 없었다. 검찰은 박 전 사장의 골프 비용(5차례) 등 총 1천여만원의 회계처리 잘못을 겨우 찾아내, 2009년 3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약식기소(벌금 500만원)했다.
 
“콤프에는 직원들이 한푼도 손을 못 대도록 전부 카드로 처리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어요. 업체 사람들한테는 커피 한잔 대접받지 말라고 했고요. 검찰도 약식기소하면서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로 괴롭혔으면 그만해야지, 민간인 상태인 저를 계속 뒷조사하다니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전화선을 타고 전해지는 박 전 사장의 목소리에 분노가 흘렀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