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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취자 상대, 번민에서 해탈로
[기고]주취자 상대, 번민에서 해탈로
  • 한재희 기자
  • 승인 2014.10.0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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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경찰서 112종합상황팀 경위 성 관 호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술 취해 관공서에 와 귀찮게 하거나 막무가내로 시비 거는 주민을 자주 대한다. 필자 또한 지금까지 지구대에서 그들로 인해 참 많이도 시달렸다. 금, 토요일 야근 날엔 단단히 맘 먹지 않으면 밤샘근무가 녹녹치 않았고, 내가 정말 이 일밖에 할 게 없는 지 회의감이 든 적도 많았다.

또한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맡은 분야가 아닌데도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평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음속에서 번민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그 일을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는다.

이렇듯 우리 삶이 괴로운 것은 주어진 상황보다는 그 상황에 저항하면서 쏟는 마음의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상황에 대해 저항을 하면서 많은 불평불만의 생각들을 만들어내고, 그 생각들의 무게만큼 현재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성철 큰스님 같은 분들이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하셨던 것은 바로 분별심을 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섭수(攝受:자비로운 마음으로 남을 받아들임)하는 법을 증득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술에 취했다고 그 사람이 우리 시민이 아닐 리 없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뭔가 만족스럽지 않아 항의한 것이리라.

직장내에서 지나치다가 인사를 해도 안 받는 사람이 있다. 이 또한 기분 나쁜 일이지만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나 또한 똑 같은 실수를 한 적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상대가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 온갖 추측과 분별을 일으켜 ‘저 사람은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거야’ 하는 생각을 내고, 심지어는 싫어하는 마음까지 일으키는 일이 있다. 상대는 그런 생각 자체를 전혀 하고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것 또한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이리라.

주민들은 이렇게까지 경찰관들이 마음을 다스리며 근무하는 지를 잘 모를 것이다. 평생 112신고를 한 두 번 하듯 술에 취해 경찰에 항의하는 것도 한 두 번이리라. 경찰관들은 매일같이 번민하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스스로 해탈한다.

법질서가 바로 서고, 지역경찰이 더 우대받는 날이 빨리 오기를 하늘이 높은 이 가을에 기대해 본다.

보령경찰서 112종합상황팀 경위 성 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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