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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의 어르신들에게 다가가는 경찰
경로당의 어르신들에게 다가가는 경찰
  • 한재희 기자
  • 승인 2014.01.28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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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산파출소 임준빈 경위
자식들을 모두 객지에 내보내고 외롭게 살아가시는 경로당의 어르신들이 있다.

경찰관의 낯선 방문에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손에서 고마운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이 생겨 가시질 않는다. 그 고마움의 표현이 그간의 어르신들의 외로움이 묻어나온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만이 어르신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인대상 범죄의 폐해의 심각성은 막대하다. 삶의 의지마저 꺾기도 한다. 범죄자들은 여성, 아동과 함께 ‘외로운 약자’인 노인들을 범죄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 때문에 경찰관들은 경로당을 찾는다.

노인 대상 범죄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은 보이스 피싱이다. 늘어만 가는 독거노인부터 중증 환자로써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까지 쉼터라고는 고작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찰은 이점에 주목해 경로당에 진출해 어르신들과 각종 범죄예방 정보를 제공하고 친분을 쌓으려 하는 것이다.

노인복지, 노인보호가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비약적 사회·경제 발전의 살아있는 역사를 외면하고 있는 비참이며, 장차 스스로 맞이해야만 하는 자신의 미래임을 직시해야한다.

경찰은 급박하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법률규정으로 명확하게 특정정부기관의 임무로 규정하지 않은 일일지라도, 그것이 꼭 필요한 공적 서비스라면 과감히 먼저 실행해 나가야만 한다.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실제로 노인 분들의 외로움과 범죄예방정보를 함께 드릴만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드디어 묘안이 떠올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을 배워 익혀드리는가 하면 서로의 고통과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대화법을 익혀드렸고 어르신에게 어울릴 수 있는 감성적 시들(정 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낭송해 드렸더니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고 많은 관심을 보이시며 즐거워 하셨다.

이후 더욱 폭 넓은 소재로 유쾌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 마음의 풍요로워지는 글, 교양서적에 담겨있는 행복론에 대해서도 같이 공유하는 시간을 갖자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고 삶의 지혜들을 모아 준비한 이야기들’ 이었다며 너무 감사하다며 좋아하신다.

노인은 외롭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선 경험에서처럼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정겹게 다가가는 과정은 경찰관으로서 보람이었고 행복한 동행이었다. 앞으로는 마술을 배워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노인의 외로움과 범죄로부터의 안전’은 반드시 현 시대에 해결해야할 과제다. 노인들의 복지나 생활편의 및 여가선용에도 새로운 아이템을 부여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고통 받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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