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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사랑의 매의 차이는?
폭력과 사랑의 매의 차이는?
  • 박혜경
  • 승인 2011.05.0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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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사랑의 매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필자는 정확히 8살 때부터 22살(군대 상병)까지 ‘사랑의 매’ 라는 이름으로 맞았었다. 대상도 부모님, 선생님, 학교 선배, 동아리 선배, 군대고참, 고향선배 심지어는 인생선배라는 이름으로도 맞아봤다. 때리는 사람들은 모두 다 ‘사랑의 매’ 라고 말했으나 나는 한번 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오직 내 머리 속에는 폭력이라는 생각과 억울하다는 심정뿐이었다.

가장 큰 기억은 30년 전, 초딩 1학년 때인데 숙제를 안 해 가면  항상 손바닥을 10대씩 맞았던 것 같다. 두 번 정도 안 해가면 귀때기를 때렸던 것 같은데, 맞을 때마다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난 유독 놀기를 좋아했던 성격이었고 부모님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 거의 매일 숙제를 해가지 않았던 것이다. 쉽게 말해 매일 손바닥과 귀때기를 맞았던 것을 뜻한다.

8살 어린아이에게는 도저히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난 3일 동안 부모님에게는 학교를 간다고 속이고, 굴다리 밑에서 논 적이 있었다. 혼자 돌과 물을 벗 삼아 3일을 버텼다. 행복한 3일을 보냈지만 그 이후 같은 반 학생들의 고발로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합동단속에 걸려 거의 죽을 만큼 맞았던 기억이 난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맞았던 시절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 중 한명은 한문을 가르치던 분이었는데 이분의 폭력은 가히 예술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큰 봉으로 머리 치기, 성적 떨어지면 100대 때리기, 머리 긴 학생들에게 학생증 찝게로 콧구멍 찝기 등 온갖 신공을 자랑했다. 특히 콧구멍 찝기는 견딜 수 없는 굴욕감과 아픔을 선사했는데 10분 정도 둔 채 벌을 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가혹행위는 처음에는 눈물로 시작해서 얼굴 경련까지 번질 정도로 큰 아픔과 모욕감을 선사했다.

게다가 이런 태형뿐만 아니라 모욕형도 있었는데 담배라도 피우다 걸리면 바리깡으로 머리 5군데 정도를 쥐구멍을 낸 적도 있다. 어떤 친구들은 저항의 의미로 머리를 밀지 않은 채 며칠 동안 학교를 그냥 등교한 적도 있는데 그것을 이유로 몇 십대 정도 맞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선생님의 행위가 ‘사랑의 매’ 였다고 지금껏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선생님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수없이 일들이 발생했다. 하루는 예체능 시간 이었는데 그 수업에 관심 없던 친구 몇 명이 떠들다 발각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당시 그 선생님은 태권도 유단자였고 사태는 매우 이상하게 꼬였었다. 당시 상황을 한번 구성해보도록 하자.

“ 야 너희 둘이 이리 나와”
“(대뜸) 너네는 커서 꿈이 머냐?(이 선생님이 이걸 왜 물어봤는지 지금도 의아하다)”
“(그중 한 친구가 빈정거리며) 잘 먹고 잘사는 건데요”

그 순간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반 애들 전체가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책상을 치며 웃는 친구,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 친구, 웃음을 참을려고 인상 쓰다 웃는 친구등 말 그대로 박장대소였다.

그런데 상황은 이상하게 변해갔다.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심하게 뒤틀린 것이다.

그 순간 몸을 붕 띄우시더니 선생님의 오른 발이 그 친구 머리를 강타했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웃음을 차마 거둘 수 없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웃음소리에 더욱 격분해(웃음은 그 장면을 보고 있는 우리였는데) 휘청하는 친구를 붙들고 다시 앞차기와 돌려 차기로 기염을 토하시더니 머리채를 잡은 채 니킥과 등찍기로 이어 나갔다. 그 상태로 머리, 등, 다리를 번갈아 가격하시다가 체력이 고갈되셨는지 밀대봉 으로 그 친구의 종아리를 수십 대 쯤 때린 것 같았다. 교탁 옆에서 시작된 이 장면은 결국 뒷문까지 가서야 마칠 수 있었다.

이런 폭력은 선생과 제자뿐만 아니다. 당시 학년별로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군기를 잡는 행위가 있었다. 예를 들어 3년3반은 2학년 3반 학생들 반을 방문해 복장, 머리, 태도 등을 문제 삼아 복도로 끌고 나와 마구잡이로 때리는 일들이 빈번했다. 나도 이 행사(?)에서 수없이 맞았는데 심지어 얼굴이 기분 나쁘게 생겼다고 맞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행사는 한 학기 서너 번 정도 있었고 학교에서 이 행사에 다 알고 있었으나  전통이라는 이유로 방조했다.

얼마 전 방송에서 고등학교도 아닌 한 대학교에서 마치 내가 고등학교 봤던 장면을 그대로 재연 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먹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선배들이 우리를 잘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선배들을 용서해 달라고 울부 짓 는 장면이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사랑의 매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쯤 되면 폭력과 사랑을 구분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으로 지금도 학교, 군대 등에서 필자가 경험한 수많은 폭력에 대해서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일어나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포털 창에 ‘사랑의 매’ ‘사랑의 회초리’ 라고 검색해 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온갖 쇼핑 몰에 ‘사랑의 매’ ‘지휘봉 회초리’ ‘종아리 회초리’ 라는 제목으로 각종 대나무 회초리, 싸리나무 회초리 등을 팔고 있었다. 심지어 ‘(고급형)사랑의 매’ 까지 등장하고 있었다. 입을 다물 수가 없다.

5월은 어린이 날을 포함해 청소년의 달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수없이 학교에서는 폭력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런 막을 학생인권조례는 선생님들의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수많은 곳에서 반발하고 있다. 과연 인간은 맞아야 교육되는 것인가? 폭력과 사랑의 매는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서는 우리사회의 폭력은 계속 재생산되고 힘없는 계층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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