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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삶의 잔상
[詩 ] 삶의 잔상
  • 양창용
  • 승인 2023.07.30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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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국 홍성경찰서 정보과장
표영국 홍성경찰서 정보과장
표영국 홍성경찰서 정보과장

 삶의 잔상

              시/표영국

 

선잠 깬 붉은 해가

어둠을 밀어내는

7월의 어느 날 아침

삶의 무게에

등 떠밀려

육중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철커덩 철커덩

쇠바퀴 구르는 소리는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재촉한다.

 

어색한 동행과

침묵 속에

평행궤도를

질주하던 기차는

종착역에 다다라

중력을 거스르듯

거친 쇠소리를

토해내며

그 동작을 멈춘다.

 

썰물 빠지듯

흩어지는 사람들

어디로 가는 걸까?

혹여 몇 사람쯤은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낯선 곳 

길눈까지 어둔

현실 앞에

칠흙같은 두려움이

장벽처럼 서 있고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식은 땀방울

몸을 지탱하는

두다리가 후들거린다.

 

물어 물어 찾아온

어느 건물 안

아슬아슬한

16층 창가에 앉아

나이 많은 강사의

건설 안전에 대한

수많은 불안들을

억지로 삼키고 있다.

 

창너머 10여층 아래

망치소리

건설기계 소리

아! 나는 왜 여기에서

이 불안하고 뻣뻣한 경직을

체념하고 있는지!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의

어색한 동행은

불편하기 그지없는데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음식을

꾸역꾸역 밀어넣는

이 현실이 슬프고

또 슬프지만

 

시간 너머

이 불편한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가 있고

지친 날 반겨줄

내님이 있어

불안하고 뻣뻣한

이 경직을

애써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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