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영국 홍성경찰서 정보과장
삶의 잔상
시/표영국
선잠 깬 붉은 해가
어둠을 밀어내는
7월의 어느 날 아침
삶의 무게에
등 떠밀려
육중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철커덩 철커덩
쇠바퀴 구르는 소리는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재촉한다.
어색한 동행과
침묵 속에
평행궤도를
질주하던 기차는
종착역에 다다라
중력을 거스르듯
거친 쇠소리를
토해내며
그 동작을 멈춘다.
썰물 빠지듯
흩어지는 사람들
어디로 가는 걸까?
혹여 몇 사람쯤은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낯선 곳
길눈까지 어둔
현실 앞에
칠흙같은 두려움이
장벽처럼 서 있고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식은 땀방울
몸을 지탱하는
두다리가 후들거린다.
물어 물어 찾아온
어느 건물 안
아슬아슬한
16층 창가에 앉아
나이 많은 강사의
건설 안전에 대한
수많은 불안들을
억지로 삼키고 있다.
창너머 10여층 아래
망치소리
건설기계 소리
아! 나는 왜 여기에서
이 불안하고 뻣뻣한 경직을
체념하고 있는지!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의
어색한 동행은
불편하기 그지없는데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음식을
꾸역꾸역 밀어넣는
이 현실이 슬프고
또 슬프지만
시간 너머
이 불편한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가 있고
지친 날 반겨줄
내님이 있어
불안하고 뻣뻣한
이 경직을
애써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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