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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땅 투기부추키는 기사가 아닌지...?
서울신문... 땅 투기부추키는 기사가 아닌지...?
  • 김현근
  • 승인 2009.02.0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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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원산도 또 땅투기 바람

대천~안면도 연륙교 건설·관광지 조성 여파… 10배 올라

“또 한바탕 부동산 광풍(狂風)이 불 텐데. 이러다 고향의 섬마을을 외지인들에게 다
 빼앗기는 것 아닌지 모르겄슈….”

 
▲ 지난달 29일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충남 원산도 선착장에 도착한
여객선에서 외지인과 원주민들이 내려 마을로 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의 자연마을인 선촌에서 어민 김모(49·여)
씨는 조개가 담긴 망태를 내려놓으며 “마을이 살벌해져 서글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섬 주민들은 동네 곳곳을 몰려다니는 ‘땅 사냥꾼’ 때문에 마음 편한 날이 없다고 한다.
 주민들은 참여정부 때인 4~5년 전에도 서해안 투기열풍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다.
최근 보령시 대천항~태안군 안면도 영목간 연륙교 건설사업이 착공되면서 경유지인
원산도의 땅값이 또 들썩이고 있다.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과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도 광풍을 부추긴 꼴이다.

 
보령시 원산도 또 땅투기 바람

대천~안면도 연륙교 건설·관광지 조성 여파… 10배 올라

“또 한바탕 부동산 광풍(狂風)이 불 텐데. 이러다 고향의 섬마을을 외지인들에게 다
 빼앗기는 것 아닌지 모르겄슈….”

●개발 붐에 10년새 40~50배 폭등

이날 보령시 대천항에서 원산도로 가는 여객선에서 만난 중년의 두 남자는 “거기가
250만원은 할건데….”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출항 40분 만에 여객선이 선촌에
도착하자 주민과 외지인 30여명이 선착장으로 내렸다.

‘원산도공인중개’의 직원 정상도(35)씨는 “연륙교 연결도로가 지나는 원산도해수욕장
주변은 평당(3.3㎡) 400만~500만원을 호가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전에는 10만원이
었는데, 지금은 40~50배 오른 셈이라고 했다. 1999년쯤에 연륙교 건설 얘기가 나왔지만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2003년부터 2005년 초까지 서해안에 부동산
열풍이 일면서 평당 40만~50만원까지 급등했다. 최근 부동산경기가 침체를 면치
못하는데 원산도는 이와 전혀 관계없이 다시 10배나 폭등한 것이다. 정씨는 “연륙교가
 완공되면 1400만원 하는 대천해수욕장 주변과 땅값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지인 60% 점유…정부는 나몰라라

2020년 완공될 대천항~안면도 연륙교 건설사업은 지난해 12월16일 입찰공고가 났다. 대전국토관리청은 모두 14㎞로 원산도를 거치는 이 연륙교의 하루 교통량을 2만대로 추정했다. 2016년에는 안면도 국제관광지가 조성된다. 꽃지해수욕장 일대 380만 8000㎡에 골프장, 타워콘도, 워터파크, 대형 아쿠아리움, 리조트 등을 짓는 사업이다.

이런 대형 호재로 원산도 땅값이 하루하루 뛰면서 거래와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 보령시에 접수된 부동산거래는 지난해 11월 3건에서 12월 6건, 지난달 5건이다. 보령시내 한 복덕방 주인은 “(땅값 거품이) 좀 심하다.”고 전했다. 주민 최모(50)씨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땅값을 턱없이 올려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동산중개업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외지인이 원산도 땅의 60% 이상을 점유 중이다.

대기업 임원, 대학교수, 전문직 등 이른바 ‘배운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이
 해변과 해수욕장 주변을 집중 공략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정부와 자치단체의 규제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부모·형제 재산싸움에 민심 흉흉

부동산 열풍으로 원산도는 예전의 ‘섬 맛’을 잃고 있다. 부자·형제간에 싸움이 늘고
이웃간에 정(情)도 박해졌다는 것이다. 어떤 문중은 최근 땅을 몰래 매각한 종손을
고발했다. 동네 이장 박윤규(54)씨는 “옛날에는 돈 거래도 말로 했던 곳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어느 70대 노부부는 논·밭에 집까지 팔아 자식에게 주고 집을 빌려 살다가 외지
주인이 나가라고 하자 “좀 봐달라.”고 사정해 살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최씨는 “노인들이 묻힐 땅도 없다며 속을 태운다.”고 귀띔했다. 원산도는
810만㎡로 8개 마을에 561가구 117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조용하던 이곳에
지난해 관광객 11만명이 찾았다.

글 사진 원산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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