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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납하면 정규직” 女비정규직 울린 공무원들
“성상납하면 정규직” 女비정규직 울린 공무원들
  • 관리자
  • 승인 2012.10.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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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울시 “성상납하면 정규직” 女비정규직 울린 공무원들


ㆍ재계약 불안감 이용해 폭로 협박·폭행까지

ㆍ서울시, 진정서 받고 감사… 당사자들 부인

구청 공무원들이 계약직 주차단속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며 성상납과 금품을 요구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서울시가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내 모 구청에서 2011년 3월부터 계약직 주차단속원으로 일해온 ㄱ씨는 지난 9월 감사원과 서울시, 행정안전부, 국가인권위에 자신을 농락한 공무원을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ㄱ씨는 지난 10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그동안 (정규직이 되면) 좋은 날이 오겠지 참았는데 그동안 당한 일을 생각하면 (구청)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ㄱ씨가 주차단속요원으로 일하게 된 것은 생계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이들 양육비와 학원비를 대기 위해 맞벌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다른 곳보다 처우도 좋고 함께 일할 공무원들도 믿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신분 탓에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걱정이 앞섰다. 이 와중에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ㄴ씨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구청장 비서실장인 ㄷ씨와 친하다며 접근했다.

지난해 10월 ㄴ씨는 “재계약은 물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줄 테니 나와 가깝게 지내자”고 말하며 성관계를 요구했다.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정규직 전환 얘기에 어느 순간 솔깃했다. ㄱ씨는 “열심히 일한다고 재계약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고, 연고도 없는 처지라 언제든지 잘릴 수 있어 항상 불안한 하루하루였다”며 “정규직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가진다면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과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마음 놓고 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원치 않는 성관계의 수치심보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이 더 간절했다는 얘기다. 그는 ㄴ씨와 3~4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털어놨다.

같은 해 12월 ㄱ씨의 재계약이 확정되자 ㄴ씨는 “재계약 대가로 150만원을 가져오라”고 했다. 나중에는 계속되는 ㄴ씨의 성관계 요구를 ㄱ씨가 거절하자 “남편과 자식들에게 나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심한 욕설도 들어야 했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말려 싸움은 진화됐지만 이후 ㄱ씨는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ㄱ씨는 ㄴ씨를 통해서 ㄷ 비서실장을 소개 받았다. ㄴ씨는 재계약을 하려면 돈을 건네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구청 식당에서 과일상자 선물꾸러미에 50만을 넣어 전달한 데 이어 12월에는 50만원을 추가로 건넸다.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한 유혹은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구청에 근무하는 ㄹ 주무관은 “대화를 하자”며 ㄱ씨를 강제로 모텔에 데려갔다. 그 역시 “정규직으로 가는 길에 도와주겠다”며 성관계를 요구했다. ㄹ 주무관은 “나도 이 자리(정규직)에 오기 위해서 1000만원을 썼다”며 “2년 정도면 1000만원을 다시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날의 모욕감을 잊을 수 없다”고 기억했다.

ㄱ씨는 “오직 돈 때문에 이런 모욕감과 굴욕, 서러움을 참고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일을 다녔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인사권으로 나를 막 굴릴 때 이 고통을 말도 못한 채 울기만 했다”며 “최소한 인간 취급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ㄱ씨가 지목한 당사자들은 진정내용을 부인했다.

ㄴ씨는 “정규직 만들어준다는 얘기를 하거나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ㄷ 비서실장은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이상한 것 같다”며 “구청 군데군데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데 회의실 앞에서 어떻게 돈을 받겠냐”고 밝혔다.

중간간부 ㄹ씨는 “모텔에 같이 간 것은 사실이지만 부적절한 관계는 없었다”며 “정규직이 되는 데 도와주겠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당사자들을 상대로 사실 확인을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ㄹ씨가 모텔에 함께 간 사실을 확인했지만 성관계와 금품 수수에 대한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조만간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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