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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용서와 관용의 의미를 깨닫다.
베트남에서 용서와 관용의 의미를 깨닫다.
  • 양창용 기자
  • 승인 2017.09.15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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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승용/ 전북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사단법인 문화자원진흥원 이사장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안희정 지사와 무대에 함께 올라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의 의미를 강조 하였습니다.

보령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동안 베트남에서 고위급자문관으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우리정부가 정책경험이 많은 고위공직자 출신 전문가들을 개발도상국에 파견하여 중앙과 지방 공공기관의 혁신과 역량강화를 도와주는 국제협력단(KOICA)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제가 베트남을 선택했던 것은 베트남 전쟁 기간 중에 적대국으로서 역사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이제부터는 전략적 동반자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중요한 나라가 되었기 문이었습니다.

베트남에 외국의 직접투자(FDI)가 몰려들어 전세계 기업들이 지난 해 베트남에 투자한 규모가 158억달러를 넘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한 규모가 전체의 17%를 차지하여 지난 10년 가깝게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한해 대외수출액 중에서 베트남에서 생산된 삼성 제품이 15%를 차지하는 정도이니 앞으로 하노이 인근의 항구도시 하이퐁에 LG가 축구장의 150배 규모 공장을 짓고, 삼성이 호치민시에 축구장의 100배 규모나 되는 제2공장을 완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글로벌 전진기지들이 모두 베트남에 집결하는 모양이 될 것입니다. 베트남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한국기업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한국은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얻게 된 것 입니다.

2016년 연초에 지난 한해의 성과를 결산하는 보고대회는 200여명의 간부와 장부관료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인데. 이날 영상보고에서 엄승용 자문관의 많은 활동상이 소개하였습니다.

2015년 4월 28일, 베트남 전승 4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한국을 대표하여 미국과 프랑스 등 외국학자들과 함께 학술논문을 발표했고, 이들 외국 손님들과 5일 동안 중부전선 전적지 꽝찌(Quang Tri)를 방문하였습니다. 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프랑스를 패퇴시켰고, 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미국을 이겼다는 감동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넘쳐났습니다. 그 대열 속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한국군이 약 5000여명 되는데, 그 분들의 희생에 관해서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전장터에서 혼자 묵묵히 향을 피우면서 그 분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베트남은 86년 󰡒도이머이(개방)󰡓 정책을 채택하여 서방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고 외국투자를 받아들였습니다.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베트남과 외교관계를 재개하여 현재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우리나라의 발전경험을 전수해주고 있습니다. 외교관계를 재개 하면서 가장 현안이 되었던 것이 한국과의 적대적 관계의 청산이었습니다. 우리정부는 사과의 뜻을 충분히 전했고, 베트남 최고 지도자들은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고 미래 지향적 관계를 도모하자는 공식입장을 확정하였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한국을 형제 국가로 받아들인 배경에는 수교이후 KOICA 등 원조기관을 통해 집중적으로 병원, 학교 등을 지어주고, 많은 한국사람들이 베트남에 건너가 진심으로 도와주면서 신뢰를 구축해온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중부전선 꽝찌에 방문했을 때
한 종군기자가 촬영한
사진에서 미군과의 전투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전투에 임했던 사람을 만났다.
그는 내가 한국 대표라는 말에
회한의 눈문을 지으면서 손을 잡았다.

용서에 관해  베트남에서 혼자 지내면서 골똘하게 생각해봤습니다. 적대국을 용서한 나라에 가서 그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본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읽었던 여러가지 책 중에서 이런 구절을 나왔습니다. 󰡒남을 용서하는 것은 내가 행복해지지 위한 것이다󰡓. 베트남은 한국을 용서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부터 최대의 원조를 받게 되었습니다. 삼성과 같은 한국 대기업의 집중투자를 얻지 않았다면 인구의 70%이상이 1975년 이후 태어난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정치체제 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 2011년 말, 공직을 일찍 그만두고 고향을 배경으로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뜻을 세웠습니다. 그 상황에서 정치적 여건의 불비로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저를 정치적으로 암살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이용했고, 그 결과 함께 일을 했던 많은 분들, 그리고 가족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정의로운 법의 판단에 따라서 무죄가 확정되었지만 아직도 그러한 음모에 의해 초래된 경제적 고통을 지속되고 있습니다. 실력과 정책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라고 정당화 하는 사람들이 초래한 일들입니다.

2014년, 그러한 고통을 역발상으로 극복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도전하였습니다. 그 선거에서 당선을 못되었지만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엄승용에게 표를 주면 상대 후보가 당선된다는 역선택 유도전략으로 많은 보령시민들이 저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지만 선뜻 표를 던져주지 못했던 당시 상황 속에서도 15%가 넘는 분들이 격려의 표를 던져 주신 것입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초심을 잃지 말고 그 분들의 뜻에 보답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UNESCO관련 국제기구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보령의 더욱 많은 분들과 교감을 넓혀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야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엄승용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고 청와대가 인사추천을 거부하였습니다. 그 국제기구는 제가 기획하여 유치한 조직으로 관련분야 모든 분들이 최고의 적임자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모든 상황이 엄승용을 내치는 형국이었습니다.

2015년 4월28일 베트남 전송4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하여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 국가의 대표들과 합께 한국을 대표하여 발표를 하였습니다.

저는 곧바로 방향을 돌려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길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보령에서는 멀어지는 길이지만 그 길이 저에게 마음을 치유할 시간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관심을 가졌던 베트남을 선택했습니다. 활동했던 기관은 호치민 정치아카데미라는 최고 정치교육기관 이었습니다. 이 기관은 과거에는 이데올로기와 정치철학에 치중하였는데 최근에는 공공정책에 관한 실용적인 학술연구와 고등교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정치지도자들과 학자들이 가난을 이기고 경제강국이 된 한국을 배우려는 열정이 큰 만큼 저에 대한 배려가 극진했습니다. 그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하여 발표자료를 준비하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보냈던 활동기간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1년을 계획하고 2014년 12월에 출국을 했는데 베트남 정부의 간청으로 1년을 더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촛불정국과 대통령 선거 과정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는 안희정 지사에게 마음을 두었습니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선과정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보다 가깝게 있었습니다. 안희정 지사는 저를 민주당으로 이끌어 주기도 했고 낮은 자세로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까지 포용하려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워왔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정치역사를 받아들이고 김대중, 노무현 시대를 뛰어넘겠다는 그의 새로운 시대정신에 공감했습니다.

지난 2월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안희정 지사와 함께 대학교 소극장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김구의 󰡒문화강국론󰡓에 화답해주기를 제안하였습니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이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원한의 감정을 승화시켜 높은 문화의 힘으로 사람들을 포용하고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해져 세계평화가 이룩되기를 바란다는 그 분의 바다와 같이 큰 도량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와 우리 가족, 그리고 저와 함께 일했던 많은 분들께 고통을 주었던 세력들을 더 이상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러한 용서를 통해 제가 마음을비운 상태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저를 지지해 주셨던 분들의 격려에 보답하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베트남에서 배운 것이 용서를 통해 더욱 큰 가치를 함께 도모하는 마음입니다. 안희정 지사의 포용과 관용의 정치가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입니다. 미움과 원망을 해소하는 것이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지역을 살리고 주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많은 보령시민들과 대화를 해가면서 다양한 그 길들을 찾아 갈 것입니다.

지난 3년이 김구 선생, 안희정 지사, 그리고 베트남의 정치지도자들과 대화를 통해 용서와 관용으로 더욱 큰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었습니다.

                                            보령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엄승용 자문관의 활동상이 달력에 게재되었다.
엄승용 자문관의 일거수 일투족이 이곳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적으로 입에 오르내리면서 드라마에서만 봐왔던 한국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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