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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대천농협조합장상) 구급차는 아무나 타냐?
우수상(대천농협조합장상) 구급차는 아무나 타냐?
  • 양창용
  • 승인 2014.11.02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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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지장골길 박 만 춘

우수상(대천농협조합장상) 구급차는 아무나 타냐?

보령시 지장골길  박 만 춘

옆 반 선생님이 9시가 넘도록 출근하지 않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걸었지만 여보세요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이 선생님은 당뇨환자다. 그러니 더 걱정스럽다. 어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어머, 우리엄마도 그러셨는데 땀이 많이 나네요?”했더니
“어머니는 몇 세까지 사셨어요?”하고 물었다
“93세요.”대답하니
“그럼 나도 오래 살겠네요.”
그렇게 식사를 했다.

남자 혼자서 자취를 하니까 옆에서 깨워 줄 사람도 없다. 본인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그 집을 가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집도 모른다. 그와 나는 현재 직장으로 발령 받은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가만히 생각하다 그 전근무지로 전화를 하여 사정을 말하고 집 위치와 번지를 알았다. 우선 직장 상사께 자세히 알려드렸더니 즉시 그 집을 향하여 승용차를 몰았다.

작은 빌라형태의 일층이 그분의 숙소임을 알았다.
문이 잠겼다. 경찰과 소방서에 전화를 하였다. 양쪽에서 차가왔다. 사정을 말하고 경찰 입회하에 소방서 직원이 도어손잡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안에서 고리를 걸어 문을 열수가 없었다.

아무리 큰소리로 이선생님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방범창을 떼 내고 유리 한 장을 오려냈다. 이중창이다. 다행히 한쪽은 문을 잠그지 않았다. 창문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고 구급대를 밀어 넣었다.

이선생님은 흔들어 깨워도 모르고 몸이 경직된 채였다. 구급대에 실린 분을 구급차에 싣고 종합병원으로 갔다. 일사불란하게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께서 포도당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는 링거를 꽂았다. 10여분이 지났을 때 간호사가 흔들면서 “나 보여요?”하고 물었다. 슬그머니 눈을 떴다. 이 선생님이 깨어난 것이다. 직원들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선생님을 위로했다.

“어 내가 왜 여기 있어?”그렇게 말문을 튼 이선생님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신기하던지 고맙기까지 했다.
살아나셔서 정말 고맙고 다행스럽다. 좀 더 안정을 취하시라고 병원에 그를 남겨두고 직장으로 돌아왔다. 저녁 퇴근 무렵 병원에 계시던 분이 직장으로 오셨다. 좀 초췌하지만 전처럼 말도 잘하고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구급차가 왜 그렇게 추워?”하며 두꺼운 잠바를 입었다.
“선생님 천만 다행이네요.”했더니 당뇨 얘기를 했다. 부모님도 안 그런데 본인에게만 당뇨가 있어서 약 먹다가 주사 맞다가 이젠 인슐린펌프를 차고 있는데 식전에 인슐린 투여 후 30분 안에 식사를 해야 한단다. 밥은 밥솥에 있고 국과 반찬을 꺼내어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식사를 하기 전에 저혈당쇼크가 와서 의식을 잃고 말았단다.

냉장고속의 쥬스라도 한 모금 마셨으면 될 일인데 갑자기 저혈당쇼크가 오니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고 의식을 잃은 것이다. 실수 없이 밥 먹을 준비를 다하고 인슐린 투여를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사람은 실수하며 살게 마련이다. 실수를 줄이려고 미리 계획을 세우고 일을 마친 후에는 반성을 하며 후회가 적은 인생을 지내려고 애쓴다.

이선생님은 병원비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잘 지내신다. 그런 일이 없도록 아침 식전에는 인슐린공급을 안하고 말이다.
너나없이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취약한 곳을 소리 없이 찾아오는 질병을 할 수만 있다면 미리 예방 하는 게 최선이다.

술 담배도 안하시는 이선생님은 회식자리에서도 유머가 반짝인다.
“오늘은 내가 사는 거니까 마음껏 드시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하신다.
“술은 많이 먹으면 구급차 실려 갈 수 있어요.”누군가 농담을 하니
“구급차는 아무나 타냐?” 화끈하게 받아넘긴다.

일도 차근차근 보기 좋고 맵시 있게 잘 하고 동료들도 아껴주고 유머가 풍부해 터지는 웃음을 주어 우리를 기쁘게 한다. 이선생님은 정기진료를 받으러 한 달에 한번 병원에 간다.
부디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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