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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日記
간호사의 日記
  • 이문규취재본부장
  • 승인 2022.11.15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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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의 日記

재활병원에서 근무하다보면 갖가지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게 됩니다.

손이 절단된 환자, 유방암이 팔까지 전이되어 한쪽 팔을 잃은 환자, 양쪽 팔에 무거운 의수를 단 환자, 교통 사고로 한쪽 다리가 절단된 뒤 여러달이 지났는데도 상실감과 함께 동반되는 환상통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 ...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손과 팔과 다리가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를 이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

나는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날마다 보기에 밥을 먹을 때만 아니라, 화장실에서도 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화장실에 다닐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어는날 폐암에 걸린 환자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숨 쉬는 건 줄 알았는데 폐암에 걸리고 보니 지금은 숨쉬는게 가장 힘드네요 ...” 자유롭게 맘껏 숨 쉴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전신마비 환자들은 내게 말합니다. “하반신만 마비가 됐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손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내 손으로 휠체어를 밀고 다니면서 무슨 일이라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텐데...”

전신마비 환자 가운데도 손을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숟가락이나 포크를 끼운 보조기를 손목에 묶어 밥을 먹는 연습을 합니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기 위해여러 날 수백 번의 연습을 합니다.

사람들은 온전한 육체와 더불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한듯 살아갑니다. 가진것에 감사하기 보다는 쬐끔 부족한것에 불평합니다.

하지만 당연시 여기던 팔다리에 숨 못쉬어 고통을 느끼게 되는 날이 오면 그제서야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선물이었는지를 깨달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땐 가진것에 감사하지 못했음을 후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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