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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라는 타이틀은 사라져야 한다.
‘명문대’라는 타이틀은 사라져야 한다.
  • 이문규취재본부장
  • 승인 2022.03.03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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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화가 아닌 ‘대학 평준화’가 답이다.

대학 입학시험(입시) 경쟁 교육은 갈수록 심해진다. 최근 몇 년간 나타나는 양상은 서울 안의 어느 대학 가느냐가 아니다. 서울에, 더 넓게는 수도권 안의 대학에 가느냐, 그 외 지역에 있는 대학에 가느냐로 나타난다. 충남을 포함한 지방에서 고교를 나온 학생들이 이제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도 진학하기가 어렵게 됐다. SKY를 정점으로 수능 점수를 기준으로 줄 세워진 대학교 서열을 갈수록 더 공고한 데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 자율형 사립고 등이 이른바 서울의 주요 대학 정원을 차지하는 판이다. 행정 구역상 서울에 있는 대학이 ‘서울대’이고 나머지는 그냥 대학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에 따라 쭉 줄을 서 있는 대학에 진학 여부에 따라, 인생의 줄이 서진다. 이른바 ‘명문대’ 입학이 더 좋은 직업과 조금이라도 높은 소득, 많은 자산을 얻는 통로가 됐다. 누구나 다 아는 학벌 사회다. 꼭 졸업장이 없어도, 명문대를 입학한 것 자체로 인생길이 결정된다. 대한민국 헌법 11조에 명시된 “누구든지 (…)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 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는 조문이 현실에서는 휴짓조각 같은 이유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시 강화니, 수시 약화니 하는 것은 어쩌면 덜 중요한 문제다. 해방 이후 70년 동안 수십 차례의 입시개편이 있었지만, 입시경쟁을 조금도 줄이지 못하고 나아가 고등학교까지 줄 세우는 정책으로 나아간 것은 개편이 아니라 입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입시를 불러오는 것은 공고해지는 대학서열체제다. 이 체제가 유지되는 한 어떤 입시를 적용해도, 조금이라도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 대학을 가려는 경쟁은 줄어들래야 줄어들 수가 없다.

여기에 유력 주류 정치인들이 특권을 악용해 자신의 자녀를 명문대로 입학시키는 사실은 특권은커녕 주어진 조건에서 어떤 노력을 해도 명문대에 들어갈 수 없는 대다수 학생의 박탈감은 엄청나다. 거기에다 특권층 자녀가 대학을 가서도, 어떻게든 ‘등록금’을 아끼려고 편법으로 장학금까지 타 먹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나.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를 국공립대, 사립대 가릴 것 없이 공동 선발, 공동 교육, 공동 학위를 기반으로 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해 대학평준화를 나아가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수능과 내신 절대 평가를 기준으로 대학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대학자격고사를 도입해 입시경쟁교육을 폐지해야 한다. 이 길이 충남지역의 대학에도, 언제 닥칠지 모를 지역대학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는 유일한 길이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에서야 고등학교에도 적용한 무상교육을 대학교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 어렵게 대학을 가고서도 대학등록금이 없어 또는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에 매몰되거나 학자금 대출에 발목 잡히는 대부분의 학생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대학생들의 열정과 시간은 더 나은 사회와 개인을 위한 고민과 모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재 기준 7조 원의 재원만 추가로 확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대학등록금의 단계적 폐지와 반값등록금을 넘어선 대학교육의 무상화로 평등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많은 국민은 우리의 주장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 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9~10월 조사한 대학체제개편에 대한 국민 설문결과(온라인)를 보면 대학서열체제 해소에 87.4%가 찬성했다. 매우 찬성이 73.2%에 달했다. 그 주요 방안인 대학통합네트워크에도 87.3%가 긍정적이었다. 대학입학자격고사 도입도 83.3%가 찬성했다. 대학등록금을 국가가 책임지고 무상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84.45가 찬성했다. 돈을 내지 않고 대학을 다니는 것보다 대학에 들어가는 경쟁을 없애는 방안에 비율이 높다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설문에 충남을 포함한 충청지역에서 17.7%가 참여했다.

20대 대통령 선거(대선)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진보 정당 후보를 제외한 유력 정당 후보에서는 대학서열체제 해소와 입시경쟁교육 폐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정부 내 대학서열해소위원회’ 설치 정도만 내세울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공약하고서도 실행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봤을 때,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이 정도의 공약도 언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후보는 공약을 언급할 것도 없다. 이재명 후보는 지금이라도, 허울뿐인 껍데기 교육공약을 철회하고 교육주체와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입시경쟁 해소’ 교육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 대학교육까지가 실질적인 의무교육이라는 판단으로 돈이 없어도 대학에 진학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특정 대학을 진학해도 양질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무상화와 평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학벌 사회 폐해를 없애고 나아가 인구 이탈로 인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게 할 것이다.

대학까지 무상교육!!!

대학서열화 해체하고, 대학평준화 실현하자!!!

지방대학 다 죽는다, 대학무상화 실시하라!!!

2022.3.3

대학무상화-평준화 충남운동본부(준)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전교조충남지부,전농충남도연맹,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남지부,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충남지부,참교육학부모회충남지부,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천안지부,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을위한아산학부모회

첨부.

아수나로 발언:

한국의 대학과 국제중, 자사고 등 일부 특권학교들은 학생들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줄 세워 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내신, 특별 활동, 봉사 활동, 독서 기록 등 입시의 기준에 맞추려 학교생활을 저당 잡히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트로피로 삼으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차별 대우와 모멸감에 시달린다. 모든 청소년은 자신의 인격적 발달을 위해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보장받고 공공에 기여하기 위해 교육을 필요로 한다. 선발하기 위한 교육, 시험 성적과 자격에 따라 차별적인 기회를 주는 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입시경쟁은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층 사다리”라는 것은 잘못된 교육이 지속되게 만들어 온 환상이다. 입시경쟁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계급을 재생산하는 수단에 가깝다. 한국 사회에서 출신 대학은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이 체제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학생들이 서는 출발선은 모두 다르다. 상위 계층의 학생은 막대한 부를 들여 사교육과 입시 컨설팅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평범한 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을 따라잡기 힘들다. 한편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을 겪으며 경기장에 설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무엇보다 입시경쟁은 청소년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에 쏟아붓는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규 수업에 더해 보충 수업, 야간 자율 학습, 사교육까지 엄청난 양의 학습 노동을 견뎌낸다. 그러나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도 누군가는 경쟁에서 밀려나 ‘깔아 주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한국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이나 복통,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청소년도 많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파괴되고 있지만, 이 사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의 삶은 청소년기에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우리를 끊임없이 경쟁의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 청소년은 입시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닌 입시경쟁의 폐지를 원한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우리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교육, 진정한 배움을 가로막는 교육, 불평등과 양극화를 부추기는 교육은 필요없다.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을지 선택하고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받는 목적은 더 높은 계층에 오르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과 효능감을 느끼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그 기회는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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