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경찰서 경무과장 표영국
서각(書刻)
뚝!
잘라진 몸뚱아리
살포시 안아
작업대 위에
반듯이 뉘인다.
떨리는 손길로
하나, 둘
검은 옷 벗기니
뽀얗게 드러난 속살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숨죽인 고요함
무아의 경지를
깨뜨리는
예리한 칼에 의한
신음 소리
사각! 사각!
칼이 춤 출 때마다
심장 깊숙이 파고드는
짙은 나무 향내에
전의는 더욱 더
불타오르고
잘려나간 살점들이
켜켜이 쌓이면
삼차원의 형상이
조금씩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 낸 보상인 듯
구석 구석
고운 손길로
어루만지면
마침 내
죽은 나무는
온전한
새 생명을 잉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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