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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가 한국의 벌링턴이 되길 기원하며 첫 칼럼을 쓴다.
보령시가 한국의 벌링턴이 되길 기원하며 첫 칼럼을 쓴다.
  • 양창용
  • 승인 2018.04.10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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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민들은 나 자신을 위해 내 부모님을 위해 내 이웃을 위해 한번 더 생각하고 소비하는 습관을 갖어야 하겠다.

먼저 미국 벌링턴은 미 상원 의원 샌더스가 1980년대 시장으로 있던 지역이다.
미국 벌링턴은 인구 4만의 작은 도시지만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0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힌 곳이다.

이 벌링턴이 왜 살기 좋은 곳인지 이곳에 있는 슈퍼마켓 시티 마켓을 보면 알 수 있다. 시티 마켓은 연 매출 약 503억 원으로 직원 수 230명 조합원 1만 명에 이르고 상품 공급자도 270곳에 달하는 협동조합이다.
처음 시작은 1970년대 초 생활운동의 하나로 진보적 인사 몇십명이 벌링턴 외각에 유기농과 지역 농산물을 집단 구매해 나눠 소비하는 형태로 출발했다. 2002년 시티 마켓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는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쇼스가 현재 시티 마켓 자리에 입점하려 하자 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이 들어서봤자, 이익의 상당 부분이 외부로 빠져나가 벌링턴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그 자리에 시티 마켓에 기회를 줬고 기존의 영업방침인 비싼 유기농과 지역 농산물만 팔지 말고 저소득층을 위한 값싼 상품도 팔도록 했다.
결국 70%는 유기농. 지역 농산물을 팔고, 30%는 싼 농산물을 팔고 있다.

시티 마켓은 미국 안에서도 보기 드물게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보장하고, 법정 최저임금이 아니라 실질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임금제를` 채택하고 있고, 1년에 4주간의 유급 휴가가 주어지며 무료 버스 이용권 등과 생산자들한테는 이자를 받지 않고 자금을 빌려주는 `제로 퍼센트 론`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상생이 시전체를 행복하게 만들고 궁극에는 이렇게 작은 도시를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10위 안에 들게 한 것이다.

어떤 재화나 물건을 소비할 때 소비가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주머니에 머물고 말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지역 업체는 우리의 소비를 다시 나에게 돌려준다.

대천신협 과장 박종훈
대천신협 과장 박종훈

예를 들어 내가 속해 있는 대천 신협은 수익금을 서울이 아닌 보령에 세금을 내고, 남은 수익은 최대한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고, 지역 출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불우한 이웃에게 성금을 기부하고, 직원들도 보령에서 대부분 소비하는 리사이클을 보여준다. 이런 리사이클이 주변을 성장시키고 이는 다시 내 부모님, 내 친구, 내 이웃에게 돌아온다.

반대로 주식회사는 이익이 최대의 목적이다. 보령에 있는 시중은행은 세금을 서울에 내고, 대전이나 서울을 연고로 하는 기러기 아빠들에 월급을 주고 월급이 그들의 자녀가 있는 곳으로 옮겨지고, 배당은 지역과 생판 관련이 없는 미국 투자가들에게 돌아가며, 지역에 어떤 성금과 기부도 없는 리사이클이 전혀 없는 곳이다.
이러한 원리가 내 소비가 내 부모, 내 이웃에게 돌아가지 않아 결국 나에게 돌아오지 않으니 우린 점점 더 궁핍해진다. 우리 지역민들은 나 자신을 위해 내 부모님을 위해 내 이웃을 위해 한번 더 생각하고 소비하는 습관을 갖어야 하겠다.

2000년 노무현 대통령과 소통하며 좋은 사회 를 꿈꾸고 그분이 뿌리 깊은 청년이라 말했던 사람. 경제를 공부하고 사건이 담고 있는 숨은 경제적 파장을 생각하는 대천신협 과장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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