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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신장 육경신...
하늘신장 육경신...
  • 김현근
  • 승인 2010.09.06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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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신장(神將)님과의 한판승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무공 이순종



 나는 두 달에 한 번씩 하늘 신장(神將)님과 내기를 한다. 무슨 내기인고 하니 잠자는 내기다. 신장님은 어떻게든 나를 잠재우려하고, 나는 이날만큼은 절대 자려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25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는 이것은 무승부가 없는 피 말리는 게임이다. 지독한 인내를 감내해야 하지만 승리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육경신!
 경신(庚申)일이라 함은 1년 365일 중 60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날이다. 즉, 1년이면 6번 경신일이 있어서 육경신(六庚申)이라 불린다. 경신일은 60갑자 중에 57번째 일진(日辰)을 말한다. 경신(庚申)일은 음양오행설로 보았을 때 경(庚)이 금(金) 기운에 배속되고, 신(申)또한 금(金) 기운이어서 하늘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날이라고 한다. 마치 지구가 대형 수신안테나가 되는 날인 셈이다. 수련시간은 경신일 전날 밤 11시 30분(己未日 丙子時)부터 경신일 밤 12시 30분(庚申日 戊子時)까지 25시간을 깜박 졸음도 없이 깨어 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전해온 말에 의하면, 경신일은 천상영계(天上靈界)의 대행사라고 한다. 옥황상제님께서 주관하시는 천상영계의 행사 중에 가장 큰 행사가 육경신이다. 이 날은 인간은 물론 동물들까지 모든 행동거지는 물론이고 마음마저 천상영계에 전달되고 기록되는 날이란다. 일백성계(一白星界)의 오방(五方)신장들은 사람들을 잠재우려 하고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으려 하는데 사람이 잠을 자면 신장의 승리요, 잠을 자지 않으면 인간의 승리다.

 육경신은 경신일마다 주관하는 신장이 다르다. 첫 번째 경신일은 동방청제신장(東方靑帝神將), 두 번째는 남방화제신장(南方火帝神將), 세 번째는 서방백제신장(西方白帝神將), 네 번째는 북방흑제신장(北方黑帝神將), 다섯 번째는 중앙황제신장(中央黃帝神將)이 주관하고, 마지막  여섯 번째 경신일은 다섯 신장[五方神將]이 총동원해서 잠을 재우려 한다.
 
 잠을 재우지 못하면 신장들이 그 사람에 대한 관할권을 포기하기 때문에 육경신을 마친 사람은 신장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육경신을 통과하면 무불통지(無不通知)한다. 육경신을 한 번 지킬 때마다 깨우침이 새로워지며 혜안이 열리고 특이한 능력이 생긴다. 경신수련이 많으면 많을수록 초인이 되는 지혜가 열린다고 한다. 유념해야 할 일은 신통력만을 바라고 수행하면 모두 실패한다는 점이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깊고 깊은 내면의 자아를 발견하는 자세로 이 수련을 하다 보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

 경신일에는 ‘경신신장래감지위(庚申神將來感之位)’라 써 붙이고 그 앞에 청수 한 그릇을 바친다. 마음은 오직 하늘을 공경해야 하며 대자연을 사랑하는 자비심으로 하루 동안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임하면 육경신이 되기 전에도 경신 통이 열릴 수 있다. 어떤 이는 단 한 번의 경신일 수련에서 경신 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경신 통이 이루어졌을 때 경신신장이 눈앞을 스치게 된다. 이때 그냥 보고만 있으면 바로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순간의 영통은 이루어질지언정 계속해서 열린 것이 아니다. 하여 미리 준비해둔 술 한 잔을 재빨리 올려 경신신장과의 대면시간을 늘려야 한다. 대략 5초만 연장하여도 두개골 속의 송과선(松果腺)이 완전히 열려 영통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로부터 공부를 하면서 주로 세 가지의 탐심을 경계하였다. 식욕(食慾), 색욕(色慾), 수면욕(睡眠慾)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욕심은 자신을 해치는 마귀와도 같다고 하여 삼마(三魔)라 부르기도 했다. 이 중에서 가장 힘들고 참기 어려운 것이 수면마(睡眠魔)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일 년 중에 육경신일 만이라도 밤잠을 자지 않고 인욕을 공부하려고 했다.

 우리나라의 「동국통감(東國通鑑)」과 「문헌비고(文獻備考)」에도 육경신에 대한 글이 실려 있어 우리 조상은 오래전부터 수경신(守庚申)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교의 전적(典籍)인 「포박자(抱朴子)」에도 육경신을 설명하고 있다. 도교의 설명인즉, 인체 중에 세 마리의 벌레가 있으니 삼충(三虫)이라 부른다. 이 벌레가 평소에 인간의 과실을 기록해두고 있다가 경신일에 인간이 잠든 때를 틈타 인간의 죄과를 하늘에 아뢰어서 수명을 줄인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도 이러한 ‘육경신’을 수용하였다. 「사천왕경(四天王經)」이라든지 「약사유리광경(藥師琉璃光經)」등을 보면 ‘경신수야(庚申守夜)’에 대한 설이 있다. 이 날은 찬불가를 부르거나 염불로써 밤을 샌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민간신앙으로 성행했다고 한다.

 오늘날 육경신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신의(神醫)라고 일컫는 전북 임실출신의 장병두 옹 때문이 아닌가 싶다. 104세의 장병두 옹은 어릴 때부터 이 수련으로 사람 몸속의 병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을 얻었다. 그 후 수련을 통해 얻은 직관으로 숱한 난치병환자들을 치료하였다.

 경신일마다 수련하는 도장이 많다. 집단적으로 수련하면 아무래도 수련이 잘 되기 때문에 수 십 명이 모여 수경신 수련을 하는 것이다. 나도 초기에 몇 번 들락거리다가 멀리 갈 형편이 못되어 근래에는 ‘나 홀로 수련’을 한다. 이날 하루는 금식을 한다. 금식을 하면서 식욕에 대해 욕구억제도 하거니와 아무래도 식사를 하면 수면과의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에 차라리 밥을 굶는 게 신장(神將)님과 승부에 훨씬 유리하다.

 오늘은 경신일이다. 지난 몇 번의 육경신 게임에서 이겼었는데, 바로 전 경신일에는 수면 마장에 꺾여 버려 그만 졸고 말았다. 수면 마에 진 게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고문 중에 가장 큰 고문이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한 번 잠이 오기 시작하면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꼬집고, 뺨을 때리고, 세수를 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머리를 벽에 박아도 소용이 없다. 정말이지 잠을 참는다는 것은 엄청난 고행이다. 오늘만큼은 무탈하게 넘기기 위해 컴퓨터에 앉아 육경신 수련에 대한 얘기를 주섬주섬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몰아닥칠지 모르는 잠의 마장(魔障)을 오늘은 감내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이런 수수께끼 물음에 ‘눈꺼풀’임을 단연코 실감하곤 한다.

 세상의 모든 내외공 수련은 적정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수련이 따라야 비로소 어떤 새로운 경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굳이 구도의 수련이 아니래도 인생에 있어 안락만 있다면 그 인생이라는 게 그야말로 배부른 돼지요, 살찐 고깃덩이에 불과하리라. 밤의 어둠이 있으므로 낮의 밝음을 알 수 있듯이, 고통을 인내함으로써 안락함을 알 수 있는 이치이다. 이는 모든 자연에 적용되는 삶의 진리이다.

 불교인들은 왜 108배, 1,080배, 3,000배의 절을 하는 걸까? 티베트의 그들은 왜 삼보일배로 평생을 걸쳐 구도의 삶을 살까? 여호와를 믿는 사람들은 왜 철야기도를 하고, 금식기도를 하는 걸까? 인산 선생은 왜 혈 자리 위에 계란만한 쑥뜸을 올려놓고 불을 지펴 5분, 10분 동안 살을 태우는 고행을 요구할까?
 고통은 곧 구도의 길인 셈이다. 헤르만 헤세는 「나르시스와 골드문트」에서 ‘고통과 희열의 극점은 같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헤세는 더 나아가 ‘고통의 숨결 속에서 영혼이 발육된다.’라고 말하며 인간의 고통 없는 안락함은 곧 타락임을 암시하고 있다.

 오늘날의 세상살이는 너무나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삶이다. 조그만 불편도 용서하지 않는 세태이다. 기계문명이 판치는 이 세상은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빠르게, 좀 더 안락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듯 보인다. 묘한 것은 이러면 이럴수록 더 많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불편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한 시대이다. 굳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사상이 아닐지라도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나는 육경신 수련을 통해 나의 욕망을 절제하는 방편으로 삼는다. 하루쯤 식욕으로부터 인내하고, 수면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 색욕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오늘 하루만큼은 나를 정화하는 날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육경신 수련은 나와 신들과의 기이한 내기를 넘어 몸과 마음을 닦는 대청소의 날인 셈이다.
                          (2009. 7. 14. 경신일 날에…)

 

 

출쳐==http://www.saemga.com/gnu4/bbs/board.php?bo_table=munhak2&wr_id=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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